♣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안개의 성분 / 장인수

시인 최주식 2010. 3. 23. 22:15

안개의 성분 / 장인수

 

 

 

   

 

  안개는 지구를 돌아다니는 질척한 시간의 혈청이며 적막의 수원(水源)이어서 몸부림의 성분으로 흘러다닌다는 것! 안개의 혀에는 밀교적인 야생의 울음이 섞여있다는 것! 몽환의 본능을 풀어놓는다는 것! 차가운 혓바닥으로 허공을 마구 핥으며 씹는다는 것! 때로는 안개의이빨은 서해대교 29중 충돌사고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것처럼 생피를 순식간에 압류하거나 이승의 살점을 해체시킨다는 것. 세상을 힘들고 어려운 밀약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안개의 눈동자는 물질의 내부를 수천 겹 얇은 막의 흐름으로 너울거리는 점성의 유체로 만든다는 것! 고독한 영혼의 수염, 혀, 더듬이, 발톱이 되어 음화와 불온의 형상을 노린다는 것! 섬과 도시와 공항을 접수하고, 모든 방향을 지우고 어떤 맥락에도 놓여있지 않은 개별자를 낳는다는 것!

 

 

 

<문학나무>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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