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단편소설 당선작]
한 잎의 남자 / 조재은
백수 신세가 맞긴 맞나 하는 의문이 들만큼
빠듯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게 더 적합하다
경멸과 모멸 사이,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 사이의 관계일지도…
"삶이란 원래 쿨~ 한거죠. 쿨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배겨날 재간이 없으니까요"
"이제 나도 희망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어떤 놈인데?"
"앞날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놈."
"사랑하니?"
"사랑?"
"그래. 사랑."
"말했잖아. 희망을 가지고 싶다고."
"그러니까 묻는 거잖아. 그 놈을 사랑하냐구."
"사랑이 다 희망이 되는 건 아니야."
"그럼 너한텐 도대체 뭐가 희망인데?"
"남들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빨리 앞서 나가는 거."
"통속적이구나."
"삶이란 원래 통속적인거야. 통속적이 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배겨날 재간이 없어."
봉숭아 꽃잎처럼 발그레한 볼을 가졌던 여자.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소다수처럼 톡 쏘는 화법을 때에 따라 적절히 구사해내던 여자.
샘물 같던, 女子.
그 한 잎의 여자가 떠났다. 갈매기 조나단의 꿈처럼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그리하여 마침내, 태양의 그 어디쯤 걸려 있을 희망을 찾아.
떠나려는 여자에 대해 미련을 갖는 것은 통속적인 짓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여자에게 쿨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쿨한 것과 통속과의 거리는?
"가서 잘 살어."
"자기, 생각보다 쿨하네."
"너도 쿨― 해."
"고마워."
막 피어난 복사꽃 같이 발그레한 볼을 더욱 붉히며 여자는 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왠지 화가 나 있는 듯했지만, 나는 끝까지 여자의 쿨함을 지켜주었다. 왜?
삶이란 원래 쿨한 것이다. 쿨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배겨날 재간이 없지.
그날, 쿨한 우리의 이별 위로 차가운 겨울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아, 비가 오는군, 그럼 이만! 하는 식으로 서둘러 헤어졌다.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슬픈 눈으로 연인을 지켜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으므로.
갑자기 쏟아진 비를 긋기 위해 길 건너에 있는 카페테리아의 처마 밑으로 달려갔다. 뿌연 비안개 속에서 방금 우리가 헤어졌던 플라타너스 밑 벤치가 보였다. 공원에 놀러 온 연인들은 삽시간에 어디론가 흩어지고 있었다. 한결같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들을 한 채 손에 손을 꼭 맞잡고. 여자와 나의 온기가 아직 배어 있을 벤치는 고고한 모습으로 혼자서 비를 맞고 있었다. 차가운 빗줄기에 휩쓸려 온기는 곧 식을 것이다.
쿨하군.
나는 세상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감상하며 지금 내 인생에서 함께 떨어지고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여자, 돈, 신용, 친구.
내게서 떨어지는 것은 왜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마치 모든 사물에 작용하는 중력처럼, 나는 관계된 모든 것들을 추락시키고 마는 마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여자는 본능적으로 나란 인간이 자신의 비상하는 날개를 기어코 꺾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문득 여자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 박제가 된 천재가 되느니 차라리 날개를 가진 참새가 되는 것이 훨씬 유익해.
― 참새?
― 새대가리 말야.
나는 여자들이 스치듯 내뱉곤 하는 그런 말들이 남자에게 전하는 모종의 암시인 줄도 모르는 참새 같은 남자였다.
하물며 박제가 된 참새라면? 여자의 희망이 마르고 닳도록 옳다.
통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추락한 인생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했으니, 그 언젠가 나도 한때는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호기롭게 하늘을 날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영혼이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회귀한다는 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예지를 믿는다면, 내가 기억할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영혼이 지금쯤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돌아오고 있는 중일 것이다. 추락한 2006년의 남자인 나에게로.
28살의 청년 실업자가 할 일이란 생각처럼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백수라는 시쳇말 속에는 일반적으로 그저 '방구석에 처박혀 뒹굴거리는 한량일 뿐'이라는 혐의가 짙게 깔린다. 때에 따라 하는 일 없이 괜히 '밥만 축내는 식충이'라는 모욕적인 언사도 종종 덧붙여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맹세코 한량이니 식충이니 하는 그런 팔자 좋은 신세가 되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과연 내가 백수 신세가 맞긴 맞나 하는 의문이 들만큼 빠듯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더 적합하다.
우선 오전엔 주로 양 여사와 박 양을 대신하여 집안일을 해야 한다. 양 여사는 연일 야간업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오후 한 두시가 되어서야 카아칵― 하는 끔찍한 가래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 양 여사의 공식적인 직업은 피부 관리사이지만, 실상은 우리와 함께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사는 술집 작부들에게 일수를 놓는 일이다.
낌새로는 돈 좀 있는 중장년층의 남자들을 작부들에게 이어 준 뒤, 패가망신 시키는 일로도 한 몫을 챙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같이 세 들어 있는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꽃뱀에 이르는 왕도로 장광설을 늘어놓기로 유명하다. 말끝마다 "에에― 또"라는 추임새를 붙이곤 하는 것이 귀에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박 양은 원래가 오전이든 오후든 집안에선 통 활동이 없다. 덩치가 커다란 책상 하나가 놓여 있는 2평짜리 방 안에만 틀어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풍문에 의하면 무슨 회계사인지 뭔지 고시공부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단다.
유난을 떨며 공부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한 달에 한번씩 생리대 심부름을 시키는 데는 똑 죽을 맛이다. 처음엔 사내대장부로서 차마 그것까지는 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하지만 워낙에 제 엄마를 닮아 말빨이 센 박 양이다.
"사내 좋아하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달고 있는 거 쪽팔리지도 않니?"
나는 단 한 마디의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돈을 못 버는 것이 쪽팔리는지,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물건까지 달고 있어서 더욱 쪽팔리는 것인지, 하여간 나는 박 양 앞에서 무참히도 쪽팔림을 당해야 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느니 차라리 생리대를 사갖고 오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변태라도 발견한 듯 이상하게 쳐다보던 슈퍼의 아줌마도 이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은근히 권하기까지 한다.
"총각, 이게 새로 나왔는데 돈은 좀 비싸도 냄새도 덜 나고 흡수력이 짱 좋아. 요즘 아가씨들 사이에는 벌써 소문났어. 이걸로 가져가. 응?"
짱 좋으나 마나, 나는 늘 구형의 위스퍼 날개형만을 고집한다. 요즘 새롭게 리뉴얼 되어 출시되는 생리대는 너무 고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할인 마트에서 사면 사은품까지 끼워서 더욱 풍성하고 싸게 살 수 있을 테지만, 대대적인 규모의 쪽팔림을 감당하느니 그러려니 하는 단골에서 몇 백원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다.
조립식으로 지어진 낡은 다세대 주택에서 오전에 활동하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 박 양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야간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주택은 총 4가구가 'ㄷ'자 형으로 오밀조밀 늘어서 있는 형태인데, 마당 한 가운데 공동 세면장이 있고 대문 옆에 단 한 개의 화장실이 있다. 유일하게 혈연으로 구성된 우리 집만이 단독으로 조그마한 화장실이 하나 딸려 있다.
이 화장실은 결벽증이 있는 박 양을 특별히 배려한 양 여사의 작품이다. 원래는 없는 화장실을, 세 들어 올 때 박 양의 한 쪽 벽을 터서 일부러 만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박 양은 아가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단독 화장실 그 자체에 대한 부러움이라기보다는 그에 담긴 상징성을 향한 동경일 테지만. 그래서 한 집안 내의 똑같이 냄새나는 이들 화장실 사이의 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의 차단에서부터 비롯된다.
나는 박 양과 아가씨들의 사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경멸과 모멸 사이.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인간들 사이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술집 여자들이랑 같은 화장실을 써? 그래가지고 공부가 돼? 난 못해. 안 해."
도대체 공부와 화장실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박 양은 참 알다가도 모를, 오로지 양 여사에게만 통하는 이상한 논리를 펴 결국 제 하고 싶은 바를 이루어 내었다.
"그러엄. 아 안 되고말고. 우리 미래의 회계사님께서 술집 년들이랑 어떻게 같은 화장실을 쓸 것이냐. 에에― 또. 안 그러냐, 아들?"
"회계사라고 뭐, 똥 안 싸나?"
"뭐야? 저, 저런 벼락을 맞게 싸가지 없는 놈. 나가. 안 나가? 나가서 돈 벌기 전엔 집에 얼씬거리지도 마."
양 여사의 이러저러한 폭언은 이젠 한낱 잔소리 정도로 들어 넘기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 순한 양 같은 나로 하여금 쌍소리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말들도 심심찮게 듣는다. 네 누나 똥이나 빨아 먹어라 하는 식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에는 도무지 참아지지가 않는다. 나는 분기탱천하여 세면장에 있는 세수 대야를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며 짐짓 호기로운 체 한다. 이번만큼은 집안의 대들보로서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리라. 양 여사의 남편, 그러니까 박 양의 아버지란 위인을 머리털 나고 이날 이때까지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으니 엄연히 내가 이 집안의 가장인 것이다. 그러니, 가장의 체면이 있지.
"이런, 빌어먹을 집구석. 내 다신 들어오나 봐라."
그래도 양 여사는 내심 자신의 말이 심했다는 걸 알고 가만이나 있지만, 여우같은 박 양은 반드시 쐐기를 박는 말을 한다.
"오늘은 새벽 몇 시쯤에나 들어오려나? 도둑고양이 같은 놈."
이쯤 되면 같이 사는 아가씨들에게 쪽팔려서라도 한 며칠 집을 나가 있어야 한다.
아아, 정녕 이승에서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얼마 만큼의 경지에 올라야 한단 말인가.
나는 '돈을 못 버는 관계로' 우리 집 여자들과는 주파수가 맞지 않지만, 한 지붕 밑에서 연대를 이루고 있는 아가씨들과는 사이가 썩 좋은 편이다.
그녀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결코 돈이 없다고 해서 사람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돈을 싫어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양 여사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이 위대한 것이다. 돈이 곧 종교요 삶이면서도 돈 없는 남자를 무시하지 않는 것.
사실상 가진 것이 그러한 순결함밖에 없지만, 그러나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있어 이들은 가장 성스러운 여인들이다. 세상에 이런 여자들만 있어 준다면, 여호와의 증인들이 그렇게 목청 터져라 부르짖지 않더라도 벌써 천년 왕국은 도래했을 것이다.
"왜 또 죽을상이야. 여자한테 채였어? 왜, 돈 못 번다고 싫대?"
아가씨 중의 최고참인 영애 누나는 이렇게 가끔씩 사람을 놀라게 한다. 주변 사람들의 삶의 행간을 귀신같이 알아내는 능력. 신 내린 무당처럼 허허롭게 말을 내뱉는 그녀를 대할 때마다 나는 어떤 신앙심마저도 느낀다. 그리하여 불현듯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외쳐보고 싶은 것이다. 누님! 나 언제쯤 취직될라나? 결혼은 언제쯤 누구랑?
나는 전날 헤어진 여자에 대한 상념으로 한껏 우울해 있는 참이었다. 여자에 대한 미련도 미련이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여자들의 젖은 수건 따위나 빨고 있는 내 처지가 한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꿀꿀해?"
"응."
"어머, 무영씨 쿨 가이 아니었어?"
"쿨은 무슨, 나 같은 놈이. 3류지 뭐."
"하긴, 쿨 좋아하다 통속적으로 가는 인간들 많이 봤지, 내가."
"어떤 인간들인데?"
"아이, 뭘 또 캐묻고 그래? 나 말주변 없는 거 알면서. 있잖아 왜, 그렇고 그런 인간들."
그렇군. 그렇고 그런 인간들.
결국, 쿨함과 통속함은 형제지간이었군.
"돈 없다고 남자 무시하는 년들. 나중에 돈에 코 빠뜨리고 죽는다드라."
"누가 그래?"
"지금 내 말 못 믿는 거야? 내가 지어낸 얘기 같애?"
"아니, 난 뭐. 진짜면 좋을 것 같아서."
"어머, 내가 무영씨 땜에 못 살아. 남자가 어쩜 그렇게 짱 귀엽니?"
영애 누나는 숨이 넘어갈 듯 깔깔거리며 내 볼을 사정없이 꼬집었다. 나는 영애 누나에게 이렇게 꼬집히고 있을 때가 좋다. 뭐랄까.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사실 나는 우리 주택의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은 편이다. 이유는, 내가 내 입으로 밝히기 좀 민망하지만, 그네들의 말을 빌자면 살인적으로 귀엽기 때문이다.
뭐가 그리 웃기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나는 가끔씩 그녀들을 웃기는 재주를 가졌다. 사뭇 진지하게 꺼낸 말도 그녀들에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 할 정도로 우스운 코믹 버전으로 둔갑해버렸고, 사소하게 일상적인 행동들도 그녀들이 보기엔 볼을 꼬집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행동이 되는 것이다.
여자들의 반응에 탄력받은 나는, 내가 진짜 그렇게 귀여운가? 하는 얼토당토 않은 착각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귀여운 남자로 통하는 건 오로지 그녀들 앞에서일 뿐이라는 사실을 얼마 안가 깨우쳤다.
내 똑같은 말과 행동도 양 여사에겐 어눌함으로, 박 양에겐 한심함으로, 여자에겐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으로 여겨졌다. 어느 편의 관점에다 기준점을 두어야 할지,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오랜만에 박 양이 외출을 했다. 가당치도 않게 옆 방 하영이에게 화장품을 빌려대더니 곱게 단장까지 하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스레 한 마디 던져주었다.
"박 양, 죽어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더니, 왜, 바람났어?"
"까불지 마."
앙칼지게 쏘아 붙이던 말투도 애써 누그러뜨리는 듯 했다. 어째 전에 없이 긴장감이 감도는 것이 좀 불안한 모습이었다. 문득 박 양의 매력은 매사에 무관심한 듯한 방만함이라나 어쨌다나 하던 어떤 한 골 빈 놈의 말이 떠올랐다. 그 특유의 매력은 상실했지만, 어쨌거나 박 양은 물 오른 싱싱한 배추 같은 모습을 한 채 오랜만의 외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박 양은 그야말로 햇볕에 시든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다. 그것도 한 사흘 소금에 절인 것처럼 술에 잔뜩 취해 몸까지 가누지 못한 상태였다.
"박 양, 왜 그래.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비켜. 내 앞에서 당장 꺼져 버려."
"뭐? 뭐 이런 개 뼉―"
다구 같은 경우가 다 있어, 하려는 찰나에 나는 박 양이 마구 휘두른 핸드백 모서리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금세 왼쪽 눈과 볼이 발갛게 부풀어 올랐다. 얼얼하고 아파서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억울하여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뭐 이런 개 뼉다구 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걱정이 돼 저를 부축하려는 동생의 얼굴에 다짜고짜 핸드백을 날리다니. 이것 봐라 하며 매섭게 쳐다보니, 박 양의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그대로 울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그러나 박 양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나를 일별하더니, 문이 부서져라 쾅 닫고는 냉큼 들어가 버렸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일의 전말을 대충 알게 되었다. 양 여사가 영애 누나를 상대로 오전부터 소주병을 기울이며 눈물을 짜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죽일 년이야. 내가, 앞길이 창창한 우리 진영이 걸림돌이야. 에에― 또, 그 놈 탓할 거 없어."
"들어 보니까, 그 놈이 제 발로 제 복 찼네. 아, 요즘 세상에 진영 씨 같은 여자가 어딨다구. 인물 좋지, 똑똑하지, 또 나중에 턱하니 회계사님 될 거지. 사실 진영씨가 억울한 거 뭐 있어. 두고 봐요. 이 담에 더 좋은 남자 만나지."
"그렇지? 그렇겠지?"
현명한 영애 누나, 그리고 단순한 양 여사.
그러나 그 놈은 제 복을 제 발로 찬 뒤, 그냥 간 것이 아니다. 매사에 무관심하여 방만하고 도도한 박 양의 유일한 매력을 짓밟고 갔다.
사실 성질이 좀 고약해서 그렇지, 박 양은 내가 봐도 어디 하나 빠짐없이 번듯한 인물이다. 보잘 것 없음 그 이하로 별 볼일 없는 집안만 빼 놓고는 어디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일하게 빠지는 그 하나가, 박 양의 값어치를 통째로 어디 가서도 빠지는 축에 속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도 그 놈은 다를 줄 알았다. 박 양의 매력 때문에 골이 텅텅 비어서 그래도 그 놈은, 끝내 그 빠진 부분을 영원히 못 볼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유명한 말이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다.
그 놈이 그 놈이 안 될 조건은, 이 세상 모든 놈들이 지향하는 '그 놈'을, 과감하게 던지는 '놈'뿐이다. 그리고 '놈'이 어쩔 수 없이 무럭무럭 자라 '그 놈'이 된다. 이것은 한 사회적 인간의 필연적인 성장단계이다. 진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 놈이 그 놈이 되고 만다.
나는 박 양의 참담한 마음을 헤아려 한 며칠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다. 박 양에 관해서라면 눈치가 백단인 양 여사도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대신 밥과 반찬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지만, 그나마도 박 양이 제대로 먹어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연지사. 밥이 온전히 목에 넘어 가겠는가. 어쨌거나 박 양은 한동안 나와 양 여사를 보기 싫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매사에 무관심하여 방만하기 그지없는 매력을 갖춘 박 양이 양 여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주옥 같은 말이 있다.
"쿨하게 보내줬어."
그 말을 들은 양 여사는 더욱 마음이 짠해졌다고.
더불어 내 마음까지 참담해진 것을 눈치 챈 하영이가 오랜만에 살갑게 말을 붙여왔다.
"자기야, 너무 맘 쓰지 마. 그래두 누난… 우리 신세 보담은 훨 낫잖아."
"웬 자기?"
"나두 다 알아. 걔랑 끝났다며?"
"그래서?"
"당분간 내가 애인 해줄게."
"됐어. 관둬."
"아유, 우리 자기 부끄러워하는 것 좀 봐. 그렇게 좋아?"
하영이는 긴장한 내 엉덩이를 한번 툭 치더니, 영애 누나의 본을 보고 그러는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 여자의 마음이라더니. 얼토당토 않게 앙탈을 부리는가 하면, 갑자기 삐쳐 화가 난 것처럼 한 며칠 말을 안 해 사람 헷갈리게 만들어 놓고, 또 이처럼 생뚱맞게 애인이 되어 준답시고 애교를 떠는 것이 아닌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가끔씩 하영이 앞에서 나는 리듬에 맞춰 앙증맞게 춤을 추는 곰 인형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영이가 얼마만큼의 태엽을 감느냐에 따라 몸을 재게 놀려 우쭐우쭐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올해 들어서만 36번째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오전에 집안일을 대충 끝내놓고, 박 양의 점심을 챙겨준 뒤, 오후 3~4시 까지는 주로 입사 지원서를 쓰는 것이다. 5시가 되면 양 여사와 아가씨들의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므로 나도 더불어 바빠진다. 지금이 나에게는 황금 시간대인 셈이다.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입사 지원서 따위를 써가며 허비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이제는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거라도 쓰지 않으면 미쳐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직 사회의 일원으로서', '협동심과 창의성을 발휘하여'와 같은 문구는 아무리 상투적인 표현이네 뭐네 해도 반드시 빼놓지 않고 기입해야 한다. 그것은 뭐랄까. 그리스도인들에게 주기도문이 가지는 역할과도 같은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간절함이 뼈에 사무치다 보면 그 자체가 일상이 되어 버린다. 유행가 가사를 읊듯 그저 자동으로 흥얼흥얼대는 것이다. 입사 지원서와 주기도문을 믹스한 랩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 내가 모든 것을 접고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이리라.
하다 하다 안되면 입사 지원서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해볼까도 궁리 중이다. 딴 건 몰라도 지원서 글 솜씨 하나만은 끝내준다는 말을 듣곤 했으니. 물론 어중이떠중이 모두를 고객으로 받을 수는 없다. 자기소개서가 먹히는 것도 일단 1차 서류심사 과정을 통과할 만한 재목감이 되고 난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소개서가 떡하니 서류심사 과정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것은 1차 서류 심사의 별첨과도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벌과 토익 및 토플 점수, 각종 자격증과 경력 우대 사항을 위주로 고객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의 글 솜씨가 더욱 빛을 발할 테니. 가만, 이러고 보니 이제야말로 세상이 조금씩 보이는 듯하다. 세상은, 1차 서류 심사에 통과될 만한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취업자와 미취업자를 나누는 근본적 기준은 서류 심사의 통과 여부였던 것이다.
아아, 이제껏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살아 왔구나. 이제까지 내 서류를 심사했던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한심스럽게 생각했을까. 지방 대학 출신에다 쥐꼬리만한 토익 점수, 누구나 다 있는 한자 능력 2급 자격증 딸랑 하나가 내 서류의 모든 것이었으니. 나는 감히 대한민국의 탄탄한 기업에 지원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에서부터 이미 불합격이다. 이봐요, 박무영 씨. 도대체 우리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두 말하면 잔소리. 예, 그건 바로 1차 서류 심사의 통과가 가능한 자입니다.
바야흐로 이 시대는 서류가 사람의 상징이 된 시대이다. 시류를 잘 타야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모양이다. 역시 시류 속에서 나의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나는, 시류가 비껴가는 곳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터인데.
세상의 진리에 한 발짝 발을 들여 놓으려는 찰나, 난데없이 하영이의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몰라. 나 못살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마치 도미노 게임을 하듯이 연달아 각 방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악다구니가 쏟아져 나왔다.
"내 돈, 내 돈도 없어. 여긴 나 말고 아무도 모르는 데란 말야."
"미친 년, 도둑 년, 사기꾼 같은 년! 어젠 나한테 돈까지 꿔 갔다구."
영애 누나의 방이 피란민의 빈 집 같이 어수선해져 있었다. 반쯤 쓰다 남은 화장품 병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고, 자크가 달린 비닐 옷장은 내장을 쏟아 낸 흉측한 시체처럼 옆으로 자빠뜨려져 있었다.
나는 세면대 앞에 멍하니 서서, 빈 방바닥에 말라붙어 있는 떡볶이의 고추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먹은 것일까. 단 하나의 건더기도 없이 오로지 양념장만이 하얀 불투명 비닐봉지에 말라붙어 있었다. 그것이, 붉은 선혈처럼 식도를 타고 뚝뚝 흘러드는 것 같아, 가슴이 맵게 쓰라려왔다.
간밤에 붉은 떡볶이를 허겁지겁 삼키며 영애 누나도 그랬겠지. 그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찬물을 한 잔 벌컥 들이키고, 가슴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휘유우~ 맵다 매워. 근데 난 매운 거 먹으면 입보단 어째 가슴이 더 맵고 쓰린 거 있지."
영애 누나는 아가씨들이 나름대로 깊이 감춰둔다고 감춰 둔 돈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남김없이 들고 갔다.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아무데도 돈 될 것이 없는 박 양의 수건도 한 장 챙겨 갔다는 사실이다. 박 양의 대학 동창회 로고가 박힌 그 분홍색 수건은 내가 어제 밤에 빨아서 빨랫줄에 널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영애 누나가 감쪽같이 그걸 들고 가버린 것이다. 빼곡히 널어놓은 여러 옷가지 중에서 하필이면 왜 낡아 빠진 그 수건을 들고 간 것일까.
'그 놈이 그 놈'인 것으로 판명된 그 사건 이후로, 고유의 매력을 상실하여 매사에 관심이 많아진 박 양은 이에 대해 한 마디를 남겼다.
"흥, 수건이 뭐 대학 졸업장인 줄 아나보지?"
무슨 일에든 구구절절이 말이 많은 양 여사 역시 한 마디 없을 수 없다.
"제 깐 것이 수건 한 쪼가리 갖고 해꼬지 한다고, 우리 진영이가 끄떡 할 것 같아? 흥,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아암."
양 여사는 어이없게도 영애 누나가 박 양에게 앙심을 품고, 그 수건으로 무슨 주술적인 행위를 하려고 갖고 간 것이라고 단단히 오해를 한 것이다.
나는 어째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통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영애 누나를 도둑년이라고 몰아붙일 마음도,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가버린 무심함에 대한 섭섭함도 들지 않았다. 단지 마음이 없어진 것처럼, 허허로웠다. 내 속으로 끊임없이 바람이 드나들고, 태풍이 불고,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하영이도 나와 똑같은 상태를 겪고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아껴가며 모아뒀던 돈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하영이는 영애 누나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으로 매일 밤 울다시피 했다.
"언니가 그럴 줄 몰랐어. 언니가 내 돈 가지고, 나 버려두고 갈지 몰랐어."
영애 누나는 하영이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처음으로 술집에서 일하게 됐을 때 만났다고 했다. 하영이는 영애 누나와 자신이 마치 도시락 세트처럼 언제나 '세트'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어디, 남자라두 생겼나보지."
"언닌 남자 지독히 싫어해. 지긋지긋해 한다구."
"싫다싫다 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살아. 누난, 희망 찾아 간 거야."
"희망?"
"그래 희망."
"우리 같은 년들한테, 희망 따윈 없어."
피식 웃으며 하영이는 내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다. 순간, 나는 하영이에게 춤추는 태엽 인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영이가 태엽을 감을 때마다 엉덩이와 팔을 요리조리 돌려 귀엽게 춤을 추는.
"이제 저도 희망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박무영 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앞날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놈은 아니지만 앞으로 열심히 뚫어보겠습니다."
"컴퓨터는?"
"자격증 말씀입니까?"
"아뇨, 단지 워드 편집 수준 정도."
"무엇보다도 저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서류상은 아니지만요."
"저희는 서류는 보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서류가 다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박무영 씨한텐 무엇이 희망입니까?"
"남들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빨리 앞서나가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쿨― 하군요"
"삶이란 원래 쿨 한거죠. 쿨 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배겨날 재간이 없으니까요."
나는 드디어 올해 들어 37번째 지원한 곳인, 한 대학교 주변의 인쇄소에 취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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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심사평]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내면 잘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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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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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
| 예심을 통과한 열 세 편의 작품 중에서 '새들의 좌표', '검은 호수', '달팽이 집', '달의 눈', '서서 자는 잠', '아나리자', '한 잎의 남자'를 우선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새가 되어버린 아내를 이야기하는 '새들의 좌표'는 착상을 소설적 형상화까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혼혈의 정체성에 시달리다 자살한 아내를 수습하기 위해 네스호를 찾아가는 기러기아빠의 고뇌를 담은 '검은 호수'는 친자 확인 문제가 주제를 흩트리는 데다 과거회상이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혼자된 어머니의 동성애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달팽이 집'은 사건이 지나치게 밋밋하다는 점에서,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여인의 과거와 현재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달의 눈'은 문장력이 미덥지 않은 데다 현재와 과거의 기계적 반복에서 오는 구성력 부족이 문제가 되었다.
선자들은 남은 세 편을 따져 읽으며 토론에 들어간 결과 가족을 잃고 공원묘지에서 일하는 노인을 그린 '서서 자는 잠'이 진솔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문장의 흠이 눈에 띄면서 삶과 죽음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선 제외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여성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아나리자'는 소재가 시의성에도 맞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칭찬할 만했지만 부부관계의 불만을 이주 여성에게 성적학대로 푸는 데 따른 고민이 더 진지해야 하며 아나리자의 갑작스런 변화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백수를 주인공으로 하여 다세대 주택의 술집 아가씨들과 그들에게 일수놀이를 하는 어머니, 회계사를 꿈꾸는 누나 사이에 주눅 든 처지이면서도 자신의 현재에 절망하지 않고 갯솜처럼 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꿈을 그린 '한 잎의 남자'가 속도감 있는 문장에다 얹은 빈정거리는 심사가 잘 형상화되어 있으면서 한심한 현실에 대한 소설적 접근의 한 방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정했다.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기 바란다.
한승원(소설가) 조갑상(소설가·경성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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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당선소감
"당선 비타민 먹고 무럭무럭 자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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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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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에 대한 느낌과 소감'이 이 지면을 메워야 할 내용이라면, 나는 '감사함'이라는 사뭇 진부한 단어에 특별한 사족을 다는 것으로 이 글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앞으로 '있게' 해줄 나의 소중한 당신들에게, 베리베리 땡큐!
김홍섭 선생님(내 소설의 길을 두말 않고 닦아주신 고마우신 스승님. 선생님께 더 보답하기 위해 이 비타민(당선)을 먹고 이제부터 또 무럭무럭 자라야겠다), 나의 가족(내 생애 최대의 축복이자 은총, 그건 바로 당신들을 '가족'으로 만났다는 것. 내 마음을 수없이 무너뜨리고 다시 거뜬히 세우기도 하는, 아주 힘이 센 사람들. 더 이상 말하면, 언어의 한계에 다다르고 마는, 나의 작은 거인들), 글공부를 같이 한 혜영이(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샘나도록 아주 많이 가진, 내겐 아주 특별한 친구), 길련이(나를 제일 많이 알고 있는, 그래서 제일 위험한 나의 시한폭탄. 제발 영원히 터지질 않길), 전설의 크레이지 걸스 멤버들(벌써부터 너희들의 '미친' 협주곡이 들려오는구나. "한 턱 쏴! 한 턱 쏴!"….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미친' 전설), 대학시절 나와 '세트'를 이룬 친구들(다들 내 무심함에 지쳐 나자빠졌을 것이다. 조만간 사죄하는 의미로다가 한 턱 쏘겠다), 지금도 끊임없이 내 마음에 노크를 하시고 계실 그 분, 하나님께, 그리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내 글을 선택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약 력〉▲ 1980년 경남 김해 출생 ▲창원대 국문과 졸·창원대 국문과 박사 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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