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마을 / 김성수
1
폐수 속에도 안개는 숨어있었다
2
한 때는 들숨 한 번에도 몸을 적시던 하천에는
버드나무 휘어진 잎새들이
물결을 간질이고, 까르르 밀려나던 물살들
등허리에 빛을 이고 흘러내렸다
그 속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것들은 맑았다
풀잎이 밤새 업고 있던 이슬을 굴려
떠나는 일행들과 함께 할 때,
손님을 맞는 주인의 겸손한 상차림같이
상위에 덮어둔 순백의 식탁보같이
걷히던 안개는 마을의 자랑이었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소독하던
안개가 새색시같이 얌전히 재를 넘으면
목욕탕에서 막 나온 여인의 뽀얀 피부같이
드러난 마을이 뽀드득 빛나던 때도 있었다
해맑은, 이 표현에서 목이 메인다
못질 하나에도 배려하던 마음으로
마을은 튼튼하게 자리를 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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