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호두 두 알 / 문정영

시인 최주식 2010. 4. 12. 22:16

 

호두 두 알 / 문정영

호두알은
뇌의 주름처럼 구릉이 많아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편두통이 없다
손아귀의 힘을 채우기 위하여
호두 두 알 소리가 나도록 비벼본다
서로 전신으로 몸 대하다보면
관계가 따뜻해지는 듯,
둘 사이에 윤기가 난다
속 안의 공기들 탄탄해져 내벽을 튕기는 탓이다
그가 자주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그 이유다
너무 말랑해졌을 때 화도 한 번 내보는 것이다
그러나 안에 것들 먹자고 깨뜨리면
다시는 서로를 비빌 수 없게 된다
가끔씩 가벼운 소리가 나도록 서로를 흔들어 보면 안다
그가 내게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내 안에 그가 꽉 차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