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들판 / 김다연
못 자국 깊은 옷을 펼쳐 입는다
잡아당기고 끌리면서
바람 배어든 자리마다 제 울음 괴며
낟알 쪼는 새처럼 못으로만 박음질한 겨울들판
못자리 꿴 채 한 벌로 한철을 난다
솔기 틀어진 고랑마다
그저 묵힐 수만 없다던 발씨
한 발 한 발 물꼬 트며
잡힌 지 오래된 물집을 홀친다
굳은살처럼 쉬 잦아들지 않는
살얼음 덧댄
홑겹 웅덩이
눈빛으로 막 헹구어 넌
그만의 터 새물내 자물거린다
그러나
복숭아 뼈에도
너덧 마지기나 도드라져 있는 흉터
수 천만 마리 개구리
떼로 울어도
잘박잘박 개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올의 쓸쓸함도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
청둥오리 떼 튕겨나간 서녘
자그시 휜다 늘어난 한쪽 어깨처럼
<문학마당>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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