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겨울들판 / 김다연

시인 최주식 2010. 4. 12. 22:18

 

겨울들판 / 김다연 

 

못 자국 깊은 옷을 펼쳐 입는다

 

잡아당기고 끌리면서

바람 배어든 자리마다 제 울음 괴며

낟알 쪼는 새처럼 못으로만 박음질한 겨울들판

못자리 꿴 채 한 벌로 한철을 난다

 

솔기 틀어진 고랑마다

그저 묵힐 수만 없다던 발씨

한 발 한 발 물꼬 트며

잡힌 지 오래된 물집을 홀친다

굳은살처럼 쉬 잦아들지 않는

살얼음 덧댄 홑겹 웅덩이

 

눈빛으로 막 헹구어 넌

그만의 터 새물내 자물거린다

 

그러나

복숭아 뼈에도

너덧 마지기나 도드라져 있는 흉터

수 천만 마리 개구리

떼로 울어도

잘박잘박 개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올의 쓸쓸함도 풀어지지 않을 것이다

 

청둥오리 떼 튕겨나간 서녘

자그시 휜다 늘어난 한쪽 어깨처럼

 

 

<문학마당>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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