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봄, 그 발긋거리는 것들 / 김추인

시인 최주식 2010. 4. 12. 22:17

봄, 그 발긋거리는 것들 / 김추인

 

무희들이 돌아올 시각이다

이정표 하나

안전표지 한 조각 없이

무사귀환 할 수 있을까

하늘빛도 물빛도

파릇한 옹알이 눈치 챘지만

자고 깨면 새로 당도한 풋것들의 북적거림에

등달아 마음이 뜬다

취재라도 하듯

카메라를 치켜들고

봄의 경계를 쑤셔보지만

번번이 그들 착지시점을 놓친다.

 

푸른 드레스 밑 흰 맨발이 보고 싶다

한밤중 세상의 잠 속을 빠져나가

가만가먼 서로를 부르는 소리 듣고 싶다

오늘밤 눈꺼풀 아래 초막을 치고 엿보면

푸른 족속들 흰 발꿈치가 보이지 않을까

춤추는 토슈즈 얼핏 드러나지 않을까

 

발치고 울타리 치고

제 살비듬 하나도 들키고 싶지 않던 여자가

웬일로 웬일로

철 이른 뜰 앞에서

스륵 치맛살을 내린다

꽃무덤 둘, 라일락 꽃숭어린가 싶은데

깜박깜박 커스 비슷한 것이 뜨고 있다

내부로 가는 여자의 통로가

좀씩  열릴라는지

어쩔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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