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 발긋거리는 것들 / 김추인
무희들이 돌아올 시각이다
이정표 하나
안전표지 한 조각 없이
무사귀환 할 수 있을까
하늘빛도 물빛도
파릇한 옹알이 눈치 챘지만
자고 깨면 새로 당도한 풋것들의 북적거림에
등달아 마음이 뜬다
취재라도 하듯
카메라를 치켜들고
봄의 경계를 쑤셔보지만
번번이 그들 착지시점을 놓친다.
푸른 드레스 밑 흰 맨발이 보고 싶다
한밤중 세상의 잠 속을 빠져나가
가만가먼 서로를 부르는 소리 듣고 싶다
오늘밤 눈꺼풀 아래 초막을 치고 엿보면
푸른 족속들 흰 발꿈치가 보이지 않을까
춤추는 토슈즈 얼핏 드러나지 않을까
발치고 울타리 치고
제 살비듬 하나도 들키고 싶지 않던 여자가
웬일로 웬일로
철 이른 뜰 앞에서
스륵 치맛살을 내린다
꽃무덤 둘, 라일락 꽃숭어린가 싶은데
깜박깜박 커스 비슷한 것이 뜨고 있다
내부로 가는 여자의 통로가
좀씩 열릴라는지
어쩔라는지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늬석에 묻다 / 김추인 (0) | 2010.04.12 |
---|---|
겨울들판 / 김다연 (0) | 2010.04.12 |
호두 두 알 / 문정영 (0) | 2010.04.12 |
물 안에서의 봄 / 조원 (0) | 2010.04.12 |
안개의 마을 / 김성수 (0) | 2010.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