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석에 묻다 / 김추인
돌 하나 건져내면 물내난다
물의 멀고 긴 유적,
억만 소리의 냄새 지질의 빛의 유전자가 보인다
백만 년 전 강물의 자모음 들린다
물속의 돌이 궁구하던 해와 해 사이 밤과 밤 사이를 내다보며
새의 문양을 천 년에 한뜸씩 중얼중얼 새겼으리라
전생의 전생으로부터 받아 온 별의 노래다 단순침전 형상으로
치부하지 말라. 새를 가슴에 품은 자만이 아는 일,
강물 깊은 늑골 밑을 울린 소리들이 쟁이고 쌓여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또 겨울.
겨울강의 체온이 체취가 묻고 씻기고 새겨져
모천으로 회귀한 저 물비늘 묻힌 돌
생 비린내 난다
잿빛 물돌 속에 갇힌 붉은 새 한 마리,
너, 뉘 가슴에서 왔니?
<시사사> 2010. POETRY LOVERS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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