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 내 보풀들 / 조정
솔기를 털고 주름을 편
옷들이 씨앗 봉지처럼 가지런하게
어둠 속으로 돌아간다
묵은 먼지가 빛을 피해 앉는다
나도 겨우내 샛길을 따라왔다
되도록 따뜻하게 웃었지만
되도록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낮은 지붕들 사이에서 하늘이 내려다보았다
많은 옷이 나를 가리지 못했다
수의보다 따뜻한 옷을 찾아
헝클어진 서랍을 하나 더 방바닥에 쏟는다
얘야, 너는 숨을 자리도 없이 사람을 몰아치는구나
아버지, 이제는 제가 저를 몰아요
생은 기름져서 심어도 싹트지 않는 죄는 없었다
다행히 흉터가 환하게 남아서 낡은 몸뚱이가 조금씩 겸손해진다
내 보풀들
내 늘어진 팔꿈치들
옷도 어둠 속에서 내가 그리울지 몰라
손을 한 번 쥐어준다
헐거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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