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장마 속의 잠 / 길상호

시인 최주식 2010. 4. 14. 22:34

장마 속의 잠 / 길상호

 

한 바가지 남은 쌀을 쏟아놓고

쌀벌레 골라내는 어머니, 제발

저의 꿈틀대는 몸은 집어내지 마세요

시간을 까먹고 또 파먹어도

푹 꺼져버린 배를 채울 수 없어

쌀로 만든 집 필요했던 거에요

아직 날개 돋지도 않았는데

이제 겨우 단꿈 씹고 있는데

어머니 시커먼 손가락이 닿으면

서툴게 지은 집 깨지고 말아요

눅눅한 장마 지나고 나면

퇴회된 등판 날갯죽지가

삐걱삐걱 다시 움직일 것 같아요

넌 환상의 방에 누워있는 거란다,

어머니의 말은 듣기 싫어요

깨어나 날개 없이 처박히더라도

그냥 여기서 젖은 몸 말리게

비 내리는 세상 불러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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