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법회 / 이홍섭
오늘은 큰 법당 대들보를 올리는 날
아침부터 노보살들이 산길을 오르는데
하나같이 다리가 성치 않다. 한발을 옮길 때마다
뼈마디 뼈마디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과 한숨
저 성근 다리로
자식을 낳고, 업고 기르고
지아비의 밥상을 나르고
늙으신 부모님과 또한 언제나 늙으신 부처님을 봉양했으니
저 대들보가 천년을 간다한들
일흔 고개를 넘어가는
어머니의 두 다리는 따라갈 수 없겠다
'현대시학'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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