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바람맞히지 마세요 [중앙일보]
“바람맞춰 놓고 미안하다는 소리도 안 하니?” 약속을 어긴 친구를 향해 퉁명스레 내뱉는 이 말, 이렇게 써도 될까?
‘바람맞다’의 사동사는 ‘바람맞추다’가 아니다.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헛걸음하게 하다는 뜻의 동사는 ‘바람맞히다’이므로 ‘바람맞혀 놓고’로 고쳐야 어법에 맞다.
흔히 “급한 일이 생겨 친구들을 바람맞추고 말았다” “일을 핑계로 애인을 바람맞춘 적이 더러 있다”와 같이 사용하지만 ‘바람맞히고’ ‘바람맞힌’으로 바루어야 한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란 뜻 이외에도 여러 의미로 쓰인다. ‘바람맞다’에서 ‘바람’은 ‘풍(風), 즉 ‘풍병(風病)’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 ‘바람맞다’는 풍병에 걸리다는 뜻인데, 오늘날 약속이 깨져 공걸음하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바람과 관련해 틀리기 쉬운 말로 ‘바람피우다’도 있다. 많은 사람이 “바람피다 딱 걸렸어!” “‘연인이 바람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란 질문에 헤어진다고 답한 이가 절반을 넘었다”처럼 사용하지만 ‘바람피우다’ ‘바람피우는’이라고 해야 한다. ‘바람피우다’에서의 ‘바람’은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진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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