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소리가 말해주었다 / 한명희

시인 최주식 2010. 4. 30. 22:12

소리가 말해주었다 / 한명희

 

스르륵 꽃이 지는 소리

유리창에 금이 가는 소리

물방울이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미꽃은 여전히 붉고

유리창은 여전히 반짝이는데

물방울은 아직도 타원형을 만들고 있는데

소리가 들렸다

조금씩 꽃잎이 흔들리는 소리

유리창이, 물방울이

조금씩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줄기를 떠난 꽃잎은 시들고 말거라는 것

깨어진 유리는 무언가 찌르고 말거라는 것

흩어진 물방울은 다시는 뭉쳐지지 못하리라는 것

흔들리면서

흔들거리면서

소리의 소리가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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