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갈아입기 / 차주일
14년 넘게 입어온 청바지 무릎이 해졌다
날실은 닳아 없어지고 수평의 씨줄만 남아 있다
내 청춘의 무릎도 저만큼 환부를 드러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 청춘에서 어떤 수평을 보았을까
청춘을 질주해 온 내 걸음 오래오래 바라보니
수직을 코바늘처럼 당겨대는 무릎이
바로 전 한 걸음을 그림자에 얽어 짠다
수직이 무릎을 다시 잡아당기고,
몸을 닮아가는 그림자만 수평으로 누워 있다
몸속에 빛을 켜면 드러나는 저 몇 자의 피륙에서
청춘은 등잔 기름처럼 닳고 있다
이토록 환한 만성통증을 외면해온 나여
네게로 가는 門인 네 환부를 바라보아라, 그러면
꼿꼿이 서려고만 했던 나 지워진 어느 날
어두워서 뚜렷한 네 그림자를 밟고 있을 것이다
그날은 전생으로 떠났던 한 사람 돌아와 무릎 끓고
네 그림자를 오려서 기워 입을 것이다
시집<냄새의 소유권> 2010.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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