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앞니 / 김진기

시인 최주식 2010. 5. 15. 20:50

앞니 / 김진기

 

단단하던 내 집

대문이 돌풍에 떨어져 나갔다

바람은 소리치며 안방까지 몰려온다

시린 바람이 내 가슴을 때린다

감출 것도 빼앗길 것도 없는 살림이지만

그래도 대문이 없으니 불안하다

 

함께 살며

정든다는 것

떠나지 않고 내 기억의 뒤안을 서성이는 저

서랍 속 부러진 앞니 두개

 

어릴 적

밥에 숨은 그 많은 잔돌은 누가 골라냈나

혀에 올려놓고 자근자근,

낯선 놈은 귀신같이 찾아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상처 입힐 말은 막아서고

분을 삭이지 못해 파랗게 떠는 입술

지그시 깨물어 달래던 문지기

세상의 유들유들하고 질긴 것들

딱딱한 것들

가리지 않고 아작내다가 어느 날 뚝,

육신 공양한 저 투명한 사리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이는 너

헤어질 수 없는 참으로 질긴 인연을 본다

 

<우리詩> 2010.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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