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물 / 정진희
사막의 지도를 완성한 것은 낙타의 눈물이다
유목민들은 죽은 자의 표식을 위해 낙타의 목을 내려쳤다
더운 피가 모래 알갱이를 적시면
십 리 밖에서도 어미는 새끼의 죽음을 알아차린다
사막 밑으로 흐르는 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붉은 가슴을 받아들인 땅 위로 낙타는 제 길을 만든다
어미의 눈물이 고여 솟아 오른 육봉에는
칼날에 목을 바친 새끼의 울음이 고여 있다
모래 둔덕을 지고 가는 쌍봉이 낮아질수록
어미는 그리움으로 지쳐간다
눈앞에서 사라진 숨결이 낙타를 어루만지면
길을 멈추고 뜨거운 모래에 무릎을 꿇는다
말을 건네는 마두금 소리는 어미 낙타의 눈물을 닦아 준다
평생 새끼의 울음을 등에 지고 다니는 낙타는
굵은 눈물을 쏟아낸 노구를 초록의 땅위로 내려놓는다.
<우리詩> 2010.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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