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기린 / 유정이
꽃이란 꽃은 모두 스스로 쥐어짠 상처라는군
꽃이 웃고 있다고 믿는 건 오해라는군
가만히 보면 곧 울어버릴 것 같은 게
꽃의 얼굴이 아니냐구!
만개하는 울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서둘러 입을 닫느라 몸에 돋은 가시들
그 상처의 소리 들리네
누군가 남겨 놓고 간
쓰디쓴 서약을 아직도 삼키고 있지
온 몸 가득 수천 개의 달이
떠오르다가 지고
길을 따라 느리게 걸어 온 날들이
꽃으로 피면
아무도 모르게 오래 앓고 난
푸른 글씨의 엽서를 쓴다네
혼자 지은 집 담벽이 붉고 붉네
시집<선인장 꽃기린> 2010.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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