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그늘꽃 / 유정이

시인 최주식 2010. 5. 15. 20:52

그늘꽃 / 유정이

 

저 골몰한 것들

한 곳으로만 가는 것들

스무 살의 오월같이

타닥타닥, 피는 일에 골몰한 봄꽃들

 

저렇게 제 몸 피워본 날들 새삼스럽다

나는 키워지지 않은 아이

재배되지 않은 꽃이었다

지나는 봄비에 하르르 몸 지고

목 꺾였지만 아무도 내

벗겨진 아랫도리 덮어주지 않았다

 

꽃잎보다

더 큰 어둠 껴입은 그늘꽃

그늘 속으로 손 집어넣는

저 무례한 햇살처럼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세상은

아마 알지 못했을 것이다

등 뒤로 한 잎 세상이 진다

 

이제는 내 한 쪽을 부리나케

떼어내야 할 차례,

세상은 여전히 만화방창이다

 

그늘꽃 내 이름도 투닥투닥 핀다

천지에 봄빛 삼엄하다

 

시집<선인장 꽃기린> 2010.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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