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꽃 / 유정이
저 골몰한 것들
한 곳으로만 가는 것들
스무 살의 오월같이
타닥타닥, 피는 일에 골몰한 봄꽃들
저렇게 제 몸 피워본 날들 새삼스럽다
나는 키워지지 않은 아이
재배되지 않은 꽃이었다
지나는 봄비에 하르르 몸 지고
목 꺾였지만 아무도 내
벗겨진 아랫도리 덮어주지 않았다
꽃잎보다
더 큰 어둠 껴입은 그늘꽃
그늘 속으로 손 집어넣는
저 무례한 햇살처럼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세상은
아마 알지 못했을 것이다
등 뒤로 한 잎 세상이 진다
이제는 내 한 쪽을 부리나케
떼어내야 할 차례,
세상은 여전히 만화방창이다
그늘꽃 내 이름도 투닥투닥 핀다
천지에 봄빛 삼엄하다
시집<선인장 꽃기린> 2010.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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