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달콤한 팥죽 / 김신영

시인 최주식 2010. 6. 15. 23:04

달콤한 팥죽 / 김신영

 

동지섣달 팥죽은

아버지의 것이었다

아니, 아버지가 팥죽을 끓이면

모든 계절이

동지섣달 깊은 밤이 되었다

젊은 날 노동판에서 굵어진 손마디와

굳어진 어깻죽지가 제일 좋아하였다

무좀 걸린 발가락과 버거운 다리가

더욱 좋아하였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팥죽이

가장 달콤하다고

잦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팥죽은 밤마다 시끄럽게 끓어 대었다

고양이도 팥죽을 얻어먹고

조용해진 밤이었다

 

<창조문예> 2010년 3월호 특집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홍단추 / 이은채  (0) 2010.06.15
흑싸리꽃 / 이은채  (0) 2010.06.15
호랑거미 역사책 / 정연희  (0) 2010.06.15
바람의 식사법 / 이종섶   (0) 2010.06.06
매화 분합 여는 마음 / 서안나   (0) 201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