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빨랫줄 / 서정춘

시인 최주식 2010. 6. 15. 23:06

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시집<물방울은 즐겁다> 2010.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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