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라일락 그늘에 앉아』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오세영 시인>
약력: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졸업. 서울대 명예 교수,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버클리대학 방문교수 1965-6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열어라 하늘아>>, <<무명연시>>,
<<사랑의 저 쪽>>, <<바람의 그림자>> 등,
학술서로 <<20세기 한국시 연구>>, <<상상력과 논리>>, <<우상의 눈물>>,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과 그 이해>> 등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상 문학부문 대상, 시협상,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녹원문학상, 편운문학상, 불교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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