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울음소리 뒤의 저녁노을 / 서상만
덩구덩 북소리가 섞여 있다, 가죽회초리에 뚜들겨 맞아
게거품 물고 바다는 미쳐서
갈기갈기 제 옷을 찢어발겨 흔든다
한 무리 눈알 부릅뜬 소 떼 울고 간 저녁바다 물결 위에
시뻘건 노을이 엎질러져 뉘엿댄다
수 만 번 불러도 말 못하는 것이 끝없이 흘러가는
저 피 묻은 서쪽하늘
또 날이 저문다, 푸른 묘등 위로 길이 저문다
수평선 멀리 굼실대는 돛배 하나, 또 다른 저녁을 향해
한 점 먹물로 번진
겁 없는 목숨들의 징징거림도 보인다
가끔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 차갑게 식었다가, 바람에
스스로 제 몸을 맑히는 먼 불국의 목어처럼
간기에 젖어 눈 멀어버린
백발의 파랑을 치다가 어느 뭍으로 스며들어
하얀 소금꽃이 되고 싶은,
덩구 덩덩 북소리 들리면
바라만 보아도 찔끔찔끔 눈물 나는
소 떼 울음소리 뒤의 저녁바다
시집<그림자를 태우다> 2010.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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