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혹은 사랑 / 이재무
못 박는다 벽은 한사코, 들어오는
막무가내의 순애보 밀어내고 튕겨낸다
그러나 망치 잡은 두툼한 손의 고집
벽은 끝내 막을 수 없다
일자무식하게 꽝꽝 박을 때마다 진저리치는
벽, 아주 인색하게 몸 열어 관계 받아들인다
단단한 살 헤집어 가까스로 뿔내린 자의
저 단호하고 득의에 찬 표정을 보라
벽은 못 품고 살아간다
들어올 때 아퍼서 울던 울음 뒤
생긴 상처 아물면서
못은 비로소 벽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주 먼 훗날 못은 벽 떠날 날 올지 모른다
그날의 벽은 이제 제 안에 깊숙이 박힌
사랑 내주지 않으려 끙끙 앓으며
또 한 번 검붉은 녹물의 설움 질질 짜낼 것이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 복효근 (0) | 2010.07.28 |
---|---|
가벼운 이사 / 김설진 (0) | 2010.07.28 |
능소화 / 박제영 (0) | 2010.07.28 |
떼 울음소리 뒤의 저녁노을 / 서상만 (0) | 2010.07.28 |
꽃단추 / 손택수 (0) | 2010.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