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 복효근

시인 최주식 2010. 7. 28. 22:48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 복효근

 

5월 봄밤에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그 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처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건드려보지도 않고

윗도리는 벗지도 않은 채 마악 아내에게 다가가려니

집 뒤 대숲에서 검은등뻐꾸기 웁니다

나무라듯 웁니다

하려거든 하는 것처럼 하라는 듯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홀딱벗고 홀딱벗고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댑니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지흡입열차 / 최승호  (0) 2010.07.28
음악 / 홍신선  (0) 2010.07.28
가벼운 이사 / 김설진  (0) 2010.07.28
관계 혹은 사랑 / 이재무  (0) 2010.07.28
능소화 / 박제영   (0) 201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