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흡입열차 / 최승호
지하철 운행이 모두 끝난 한밤중
캄캄한 지하에서 캄캄한 지하로
먼지 흡입열차가 웅웅거리며 돌아 다닌다
아무도 없는 철길에
널려있는 쇳가루와 먼지와 케케묵은 침묵
그것들을 힘차게 빨아들이며
고독한 기관사가 어둠속을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사막으로
텅 빈 해골이되어 굴러 다니고
누구는 시작도 끝도 없는 침묵에 둘러 싸여
글을 쓰는 밤
벽돌같은 언어들도 결국엔
흩날리는 먼지일까
침묵으로 돌아가는 침묵의 눈보라일까
백지에 고요가 내려 앉는 밤
나도 먼지 덩어리다 나도 고독한 기관사다
아가리를 벌리고 먼지를 퍼먹으며 공허속으로 달려간다
<세계의 문학> 20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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