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우람한 남근 / 이건청

시인 최주식 2010. 7. 28. 22:49

우람한 남근 /   이건청

 
사람아
나는 지금 6천년전쯤 부터
이 골짜기에 살고 있는 당신을 만난다
살아있는 당신을 만난다
당신이 서 있는 암벽과
내가 지금 서 있는 시간이 함께
늦 가을 비에 젖는다
당신과 내가 비에 젖는다
당신이 서 있는 쪽에서
북소리가 울린다
두 손을 모두어 신을 부르는가,
힘센 당신이 우람한 남근으로
58마리의 고래를 부르고 있구나
호랑이와 멧돼지와 사슴을 부르는구나
6천년쯤의 시간을 건너오는
천둥같은 당신의 육성이 들린다
청정한 육신이 치켜올린
거대한 남근 앞에서
나는 새 사람되어 벌떡 일어선다
당신이 서 있는 암벽과
내가 지금 서 있는 시간이 함께
늦가을 비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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