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르신다 / 맹문재
마을 이장이 농자금 추천을 자기편 사람들만 한다고 이르신다
중풍때문인지 손발이 뻣뻣하다고 이르신다
시제가 제대로 안된다고 이르신다
다 캐지않은 도라지밭을 땅 주인이 갈아엎었다고 이르신다
올해는 감나무가 시원찮다고 이르신다
날이 가물어 큰일이라고 이르신다
길가의 매운탕집이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 제대로 잘수 없다고 이르신다
민박집들이 오물을 개울에 흘려보낸다고 이르신다
키우던 개가 잘못먹어 죽었다고 이르신다
시장사람들이 중국산 마늘을 국산으로 속여 판다고 이르신다
벌레때문에 고추농사가 어렵다고 이르신다
너의 울산 아저씨가 작업반장한테 맞아 목을 다쳤다고 이르신다
농협장 선거에 돈을 뿌린다고 이르신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 보일라를 뜯어야겠다고 이르신다
영달네가 상놈자식에게 맞았다고 이르신다
내가 쉬는 일요일 저녁에 이르신다
여든 살 아이가 되어 이르신다
엊그제 이른 일을 또 이르신다
큰 아들을 당신의 아버지로 여기고 이르신다
<문학.선> 2009. 겨울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과 반 / 백상웅 (0) | 2010.07.28 |
---|---|
낙화를 따라가다 / 권운지 (0) | 2010.07.28 |
믹서 / 김영미 (0) | 2010.07.28 |
순장 / 안효희 (0) | 2010.07.28 |
病 / 정진경 (0) | 2010.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