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열 애』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많아
상처가지고 노는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 뒤치락 뒹굴겠다
연인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신달자 시인 >
거창출생
시집< 열애>외 다수
수필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등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영랑 문학상 수상
현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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