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나무인간 2』
방금 골목길을 돌아 나온 목피(木皮)를 보았다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가는 저 할머니,
나무가 되어가는 손으로 나무 아기를 거두신다
칭얼대던 2009년생 경향신문이 금세 얌전해진다
나무족(族)들의 하루가 시작이다
햇빛의 삼투압은 여전해서 얼굴을 쓰다듬으면 혈관 있던 자리에서 펄떡이는 물관이 만져진다
옹이 같은 입은 걸친 게 없어서 깊고 다정한 소리를 낸다
버섯은 생목에서만 자라는 법,
검버섯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양지바른 곳으로 뿌리를 옮기는 데 75년이 걸렸구나
그래도 차들 무서운 줄은 알아서 할머니, 길을 건널 때만 엉금썰썰이다
< 권혁웅 시인 >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신화연구서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등이 있음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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