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만남』
당신은 초조하게 기다린다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지만
한쪽 발이 어디로 걷는지 알 수 없다
한쪽 손이 누구를 반기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누군가의 어깨를 건드리고 또 건드리며
나의 발은 제 세계를 뚜벅뚜벅 걸어간다
저 발이 몹시도 생소해 보인다면
나의 걸음을 보라, 무릎 아래가 완전히 생략된
이 걸음의 최종 목적지는 당신의 집인가
그 너머인가
한 사람의 손이 기다리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는 동안 황급히 뛰어나가는
당신의 발놀림이 있다
문을 열고
우리는 등 뒤에서 서로를 껴안는다
바로 앞에서 당신의 머나먼 소리가 들렸다
어깨 너머로 나의 발이 이제 겨우 도착했다
쉴 새 없이 옷을 벗기고
너무 좁은 세계의 손과 발이 모처럼 쉬고 있다
다른 침대에 누워
- 제3시집 『소설을 쓰자』 수록
< 김 언 시인 >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출간.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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