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끈 / 이성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를 품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몸을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
쩡쩡 얼어붙었던 물소리가 저수지를 떠나고 있었다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멀리 개울이 흘러갔다
계간 '문학마당' 2008년 여름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 / 복효근 (0) | 2010.08.23 |
---|---|
오징어 살인 사건 / 방수진 (0) | 2010.08.23 |
카지아도 정거장 / 황학주 (0) | 2010.08.23 |
물비늘을 읽다 / 박정원 (0) | 2010.08.09 |
지구의 눈물 / 배한봉 (0) | 2010.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