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우수 2009 / 정미정

시인 최주식 2010. 8. 23. 23:43

우수 2009 / 정미정

 

비에 포박당한 도시는 이제야 차분해졌다

오리무중이던 사건을 곧 실토라도 할 듯

자분자분 다그치는 비 앞에

도시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왔다

다소 고무적이다

도시 남동쪽에서 아기 분 냄새를 맡았다는 진술과

한때 개나리 아랫도리가 젖어있더라는 진술을

들이대자 

담배 한 개비를 청했다

이것 또한 고무적이다

저녁이내처럼 담배연기에 갇히는 도시

불현듯 눈빛을 하나 둘 밝혔다

곧 입을 열 모양이라고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사이

느슨한 포박을 푼

교활한 미소가 반딧불이 꼬리처럼 빠져나갔다

기진맥진한 비, 사거리 공중전화 버튼을 힘겹게 누른다

날이 새면

세상에서 가장 밝은 전구

대머리 범죄심리분석관이 도착할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전구에 몸을 말린 도시는

결국 

어린 진달래와 애기 개나리가 유기된 장소를 불고 말 것이다 

봄비가 잦아들고 있다

지쳤는지 도시도 앉은 채 잠이 들었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테 / 이종섶  (0) 2010.08.23
결 / 이정록   (0) 2010.08.23
밀착密着 / 권현형  (0) 2010.08.23
아프니까 그댑니다 / 이정록  (0) 2010.08.23
기하학적인 삶 / 김언   (0) 201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