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密着 / 권현형
한때 나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숨죽여 울곤 했다
서둘러 폭삭 늙어버리고 싶었다
슬픔도 폭삭 늙어버릴 줄 알았다
까무룩 혼절할 듯 높이 나는 새를 향해
셔터를 누르자 해가 툭 떨어진다
사라진 비행기처럼 잔해조차 없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꺼번에 검어진 섬의 숲을 찍고
그는 카메라 렌즈를 옆으로 돌리며 마음이
어두워서 그런지 검은 풍경이 좋다고 말한다
어둠 속 그의 숲은 열대림처럼 아직 뜨거워 보였다
나 또한 갑자기 늙어버린
풍경이 좋다 어둠이 좋다
누구와도 농도 백 프로로 밀착될 순 없어
누구와도 뼛속까지 하나일 순 없어
골수까지 차오르는 어둠에나
맡길 곳 없는 나를 의탁한다
저 검은 광대무변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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