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웃음 / 김우진
3호선 전철 안이 확 달아올랐다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막 하산한 왁자한 웃음이 붉다
북한산을 전철까지 끌고 온 등산객들,
온몸에 붉은 산물이 들었다
왼 종일 산그늘에 앉았다 온 사람들,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마시고 단풍잎보다 더 불콰하다
지하철로 들어선 가을이
승객의 무릎에 낙엽 한 장씩 내려놓는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모두
지하철 안으로 뛰어들었다
권주가에 취하여 더욱 붉어진 북한산,
나는 어느새 산자락에 앉아
그들의 얘기에 귀를 적신다
붉은 물이 튀어
나는 한 그루 산벚나무가 된다
지하철이 산 한 채를 끌고 연신내를 지나간다
<다시올문학> 2010. 봄호
<시향>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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