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붉은 웃음 / 김우진

시인 최주식 2010. 9. 1. 22:45

붉은 웃음 / 김우진

 

3호선 전철 안이 확 달아올랐다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막 하산한 왁자한 웃음이 붉다

북한산을 전철까지 끌고 온 등산객들,

온몸에 붉은 산물이 들었다

 

왼 종일 산그늘에 앉았다 온 사람들,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마시고 단풍잎보다 더 불콰하다

지하철로 들어선 가을이

승객의 무릎에 낙엽 한 장씩 내려놓는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모두

지하철 안으로 뛰어들었다

권주가에 취하여 더욱 붉어진 북한산,

나는 어느새 산자락에 앉아

그들의 얘기에 귀를 적신다

붉은 물이 튀어

나는 한 그루 산벚나무가 된다

 

지하철이 산 한 채를 끌고 연신내를 지나간다

 

<다시올문학> 2010. 봄호

 <시향>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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