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몸꽃 / 이종암

시인 최주식 2010. 9. 1. 22:41

몸꽃 / 이종암

    -차근우

 

오어사 뒷마당 배배 뒤틀린 굵은 배롱나무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자

영호 형님 작은 아들 차근우 같다

말도 몸도 자꾸 안으로 말려들어

겨우 한마디씩 내던지는 말과 몸짓으로

차가운 세상 길 뚫고 나가

뜨거운 꽃송이 활활 피워 올리는 나무

 

푸른 대나무가

온몸의 힘 끌어 모아 겨우 만든 마디

촘촘한 마디의 힘으로 태풍을 견디듯

 

자꾸만 뒤틀리고 꺾이는 몸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형극의 몸으로

수도 없이 들어올린 역기로 다져진

팔뚝 근육, 차근우

 

시꺼먼 가슴 띁어 길을 만들었다

부족한 몸뚱어리 빚고 또 빚어

제 집 한 채 거뜬히 세운

세상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몸꽃

 

 

시집<몸꽃>2010.애지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웃음 / 김우진   (0) 2010.09.01
봄날, 하동/ 이종암   (0) 2010.09.01
포도밭이 있는 마을 / 전명숙  (0) 2010.09.01
이제 꽃피면 안되겠다 / 이성목   (0) 2010.09.01
나이테 / 서화   (0) 201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