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꽃 / 이종암
-차근우
오어사 뒷마당 배배 뒤틀린 굵은 배롱나무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자
영호 형님 작은 아들 차근우 같다
말도 몸도 자꾸 안으로 말려들어
겨우 한마디씩 내던지는 말과 몸짓으로
차가운 세상 길 뚫고 나가
뜨거운 꽃송이 활활 피워 올리는 나무
푸른 대나무가
온몸의 힘 끌어 모아 겨우 만든 마디
촘촘한 마디의 힘으로 태풍을 견디듯
자꾸만 뒤틀리고 꺾이는 몸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형극의 몸으로
수도 없이 들어올린 역기로 다져진
팔뚝 근육, 차근우
시꺼먼 가슴 띁어 길을 만들었다
부족한 몸뚱어리 빚고 또 빚어
제 집 한 채 거뜬히 세운
세상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몸꽃
시집<몸꽃>2010.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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