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나뭇잎 뒤 / 권혁웅

시인 최주식 2010. 9. 10. 16:05

나뭇잎 뒤 / 권혁웅

초여름 햇살의 공습을 막아내기 위해
나무가 잎을 내는 거라고 너는 말한다
나무의 陣地戰은 초록 그늘로 본체를 싸 바르는 것,
도무지 가당치 않다는 내 말에
너는 아무 관계 없다는 뜻의 그 얼토와 당토가
바로 폐위된 왕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그 나라의 빛은 잎새 뒤의 그늘이
자꾸 스며들어서
수면에 올라오기 전의 물빛이며,
그 속에서 왕은 여전히 수심에 잠겨 있다고
햇살이 두들기는 건 그 나라의 표면이거나
이면일 뿐이라고 너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뭇잎이 그토록 많은 水路를
품은 것이라고 그토록 많은 눈이
젖어 있는 것이라고

 
'시인세계' 200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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