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간고등어

시인 최주식 2010. 9. 11. 06:57

고등어/김성배

 

 

  지역특산물을 먹어보자던 아내의 입맛에 부부(夫婦)처럼 포개진 두 마리를 얼른 냉장고에서 꺼내 신혼의 바다를 풀었다 하얀 천일염에 사랑을 절인 간잽이의 손 놀림이 기름 없이 바삭바삭 구워진다는 혼수품 후라이팬을 뒤집었다 폈다를 파도처럼 숨결을 놓은 등 푸른 꿀맛이 허기를 달랬다 젓가락에 걸친 살결이 돋아나고 바닷물결이 베인 등뼈를 어루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주한 알몸의 가시에 출렁이는 밥상이 아내의 손맛으로 가득하다 입덧 시작하는 저녁, 붉은 해넘이는 사랑을 굽는다 바닷길에 등대를 풀어 달빛을 껴안고 있는 夫婦처럼.

 

   - <시평> 201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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