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노랑붓꽃 / 나종영

시인 최주식 2010. 9. 10. 16:06

노랑붓꽃 / 나종영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작은 풀이파리 만한 사랑 하나 받고 싶었을까

나는 상처가 되고 싶었네 
 

노란 꽃잎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병든 몸이 뜨거워지고,

나는 사랑이 곧 상처임을 알았네 
 

지난 봄 한철 햇살 아래 기다림에 몸부림치는

네 모습이 진정 내 모습임을 
 

노랑붓꽃 피어 있는 물가에 서서

내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나는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

 

시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실천문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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