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붓꽃 / 나종영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작은 풀이파리 만한 사랑 하나 받고 싶었을까
나는 상처가 되고 싶었네
노란 꽃잎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병든 몸이 뜨거워지고,
나는 사랑이 곧 상처임을 알았네
지난 봄 한철 햇살 아래 기다림에 몸부림치는
네 모습이 진정 내 모습임을
노랑붓꽃 피어 있는 물가에 서서
내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나는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
시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실천문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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