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읽고 또 읽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정인]
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어 무한한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정인 님의 작품 <대리인생 밤을 떠다니다> 외 두 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시에 담아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작품을 살펴보면 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고, 비유법을 써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래에 더욱 좋은 작품을 기대하며 신인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그의 굽은 등에 빈곤의 씨를 뿌리고/싸늘한 새벽 입김은 그를 젖은 그림자로 감는다./남의 차 한번 운전해 줄 때마다 매겨지는 극빈의 가격표. /오늘도 잘 팔리지 않는 대리 인생.’ (‘대리인생 밤을 떠다니다’ 부분) 이 시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녹아 들어가 있다. 고되고 힘든 삶을 대변해 주는 작품이다.
살갑게 대하던 며느리 새도 언제부턴가 늙은 새가 힘들어졌는지 목욕시간도, 식사시간도 잘 지키지 않는다. 잠시나마 새장 문을 열어주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채 갇혀 있는 늙은 새,’ (‘늙은 새’ 부분) 현대문명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때로는 정신적인 면에서 한없이 비참하게 한다. 그러나, 시인은 어딘가 오순도순 따뜻한 마음들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만은 절대로 들어가기 싫다, 고개를 이리저리 투룸질이다./목에서 딸랑이는 워낭소리 넘어가는 노을에 슬픈 눈물로 핀다.’ (‘도축장 앞에서’ 부분) 이 시는 아름다운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사회의 정신이 피폐화 될수록 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정인 님의 시심에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신인상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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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형]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갖길 바라며
이번 달에도 우수한 작품들로 많아 가슴이 설레었다. 여러 작품들 가운데 유지형 님의 <우물> <소양강에서> <쥐불놀이>를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기에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국 시단에 흔쾌히 추천한다.
‘나는 고여 있다./아무도 물을 마시지 않는다./그 옛날 한때나마 맛을 보았던 사람들마저/기억에서 까마득히 지워버린 채/이제 더는 찾지 않는다.’ (‘우물’ 부분)는 고독한 운명에 대한 갈망을 그리고 있다.
‘가슴에 쌓이는 아쉬움만큼이나 /강은 얼어만 가고 /영영 풀려나지 않을/수수께끼 속으로 흐르는 강물이야/무슨 죄가 있어서 /꽁꽁 얼어서 /저리도 경직된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는 건지’ (‘소양강에서’ 부분) 이 시는 자신도 모르게 지나버린 시간들에 대한 성찰이 가득하다.
‘우리가 질러놓은 불이/산을 넘고 내를 건너/봉화처럼 줄달음 치고 있을 때/나는 보았어/어둠 속 깊이깊이 몸을 숨긴 그들이/새로이 우리의 양식을 넘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쥐불놀이’ 부분) 등을 감상해 보면 우리의 전통 문화와 생명 사랑을 접목시켜 한 편의 시로 담아내었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갖고 내면의 깊이를 시로 승화시키는 유지형 님의 문학 세계를 주목한다. 다음 작품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건필을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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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형]
시를 아름답게 가무리는 숙련성이 강점
응모 작품을 읽을 때면 마음은 뜨겁고 숨은 가쁘다. 한주형 님 응모작 가운데서 <선인장에 붙어서 녹는 마시멜러> 外 두 편을 신인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당신과 /너가 바라보는 나는 언제나 /일치를 이룰 수가 없어서 /눈물이 미끄러 내리듯 /내 정서 가운데 너의 궁극은 /언제나 비껴가기만을 해’ (‘선인장에 붙어서 녹는 마시멜러’ 부분)는 자신을 향한 실존적 운명을 시로 승화시켰다.
‘이와 같은 표상의 영역이 /현상의 현실 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면 /삶이란, /의미부여에서 이루어지는 애착이 될 수 있을 거야.’ (‘삶, 그리고 승화를 통과하여 친밀성으로’ 부분)에서는 의식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인 삼라만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리하다.
‘삶의 이야기들은 지속성으로 나아가기에/아직 우리는 바닥에 붙어서 /마찰을 느끼며 시간을 쓸어가는거야 ’ (‘바닥과의 애착에서의 냉기’ 부분) 등 세편의 시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한주형 님은 시를 아름답게 가무리는 숙련성이 강점이다. 다만, 허약한 전체적 구성을 보완한다면 어느 지면에 발표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들이 탄생할 것이다. 현대인의 마음밭을 기름지게 가꾸는 시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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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호]
서정성을 회복하는 시인을 만나 참 기쁘다
최관호 님의 신인상 응모작 가운데 <古都 경주> <낚시> <삶>은 전체적으로 미학적이고 서정적이라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평소에 빗방울 숫자를 세듯 꾸준히 갈고 닦은 詩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신라의 도읍지, 불교의 성지 /그 곳을 들러 가는 이들의 /마음까지 숙연케 하는 /구름 글씨, 마음 心 /古都 경주’ (‘古都 경주’ 부분). 이 시는 시란 기술이 아나라 철학이고 종교이며 예술임을 느끼게 한다.
‘새벽을 깨우는 산새 소리만 간간이 들리고 /물안개 자욱이 피어오르는 고요한 물가 /상큼한 공기를 호흡하며 /무념의 편안함으로 자리를 정한다’ (‘낚시’ 부분)는 읽을수록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어 정신을 정화한다. 자칫하면 넋두리로 떨어질 염려가 있는 부분들을 서정적으로 잘 처리하여 시가 살아났다.
‘삶이란 정점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후회 없는 마무리를 위해 /닦으며 걷는 길 아니겠는가?’ (‘삶’ 부분) 등을 감상해 보면 세상은 밝고 따뜻하다. 작품마다 신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전개가 뛰어나다. 하나하나의 시어가 시작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상실되어 가는 서정성을 회복하는 시인을 만나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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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락영]
사람의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시인을 기대하며
백락영 님의 <해맞이-강양 포구> <복 두꺼비> <夜射>, 세 편의 작품은 감성이 신선하고 시어 선택에 있어서 그 역량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인정되어 신인상 당선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먼 바다 수평선에 갓 피어나던/한 송이 꽃이/수줍어 붉어진 얼굴로/파도에 밀려와/어둠속에 숨죽여 훔쳐보던/내 마음에 불을 질러 놓았네’ (‘해맞이-강양 포구’ 부분)은 아주 전망 좋은데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처럼 희망 가득한 우리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 같아 기쁨을 준다.
‘거실에/두고 보기를/두고두고 생각하기를/나로 인해 태어난 너는/내가 너의 생명이지만/너는 지금 복 두꺼비로/내게 작은 신앙이 되었다’ (‘복 두꺼비’ 부분) 이 시는 너와 내가 들이 아니고 하나임을 가르쳐 주는 심오한 경지에 빠지게 한다.
‘귓전을 스치는/시위줄 소리/눈을 감아/하늘을 가르는 살을 본다.’ (‘夜射’ 부분) 등에는 고루 언어 구사의 유연성이 돋보이고 짜임새가 있다. 소설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적 지문’이라 했다. 앞으로 문학적 패기와 모험을 작품에 추가한다면 더욱 좋은 시가 될것이다. 등단을 축하하며, 사람의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시인으로서 대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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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낸 점을 평가받아
시조에 있어서 초장은 시작하는 장, 중장은 초장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장, 종장은 전제를 마무리하는 장이다. 따라서, 시조는 정해진 형식을 깨뜨리지 않고 독창성을 갖는 문학이기에 어렵다. 신인상 시조 부문에 김대경 님의<이여도 산> <괘종시계> <정자나무>를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자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낸 점을 평가받아 내었다. 당선작으로 뽑았다.
‘바람개비 지구는 떠도는 산입니다/돌할망 오름은 해바라기 삶입니다/오롯이 숨비소리는 살아야 합니다’ (‘이여도 산’ 부분)는 오히려 기교가 없어 신선하다.
‘한 지붕 한식솔로 만리장성 쌓은 정/누가 할 시집살이 누가 하고 있는지/날 새면 여비나 주어 내치려는 참이다’ (‘괘종시계’ 부분) 이 시조는 모든 것은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나 변한다는 무상이다. 모든 것은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며 변해가므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강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참새들이 울면 속가지를 내어 주는/철새들이 울면 곁가지를 내어 주는/개개비 뻐꾸기에게 덕담까지 들려주는’ (‘정자나무’ 부분)를 보면 맑은 바람결에 피어난 봄꽃과도 같은 이 시는 독자로 하여금 기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김대경 님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짜임이 아쉬워 산만하고 메세지가 약하나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내면의 깊이에 보다 천착하길 기대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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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하]
감정이 맑고 시적보법(詩的步法)이 안정적
권규하 님의 <오늘 하루는> 外 두 편은 감정이 맑고 시가 갖춰야 할 기본적 요소 등 시적보법(詩的步法)이 안정적이라고 판단되어 신인 등단 작품으로 선보인다.
‘힘에 겨워 숨이 가뿐 도로변엔/항시 평온함을 주기위해 가로수가 즐비하지만/탁한 연기 내뿜어 연루한 자동차 소음기는/쉴틈없이 삐걱되며 바쁜 하루를 재촉한다’ (‘오늘 하루는’ 부분) 이 시는 터벅터벅 걸어가야 할 하루의 일상을 서정적으로 담았다.
‘시름한 고목 그루터기에 자라는/이름 모를 야생화/퇴색되어 흔적을 잃어버린 유적을 찾아 헤매는 발자취만/멈추어 버린 시간을 이해한다’ (‘잔잔한 풍경’ 부분)에서 멈추어 버린 시간들은 언제나 가슴속에 활짝 피어나 눈부신 추억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쇳기름 흐르는 주름진 얼굴에/세상을 깨우친 흔적이 남으니/방일(放逸)의 진리는 헛됨을 알린다’ (‘풍탁(風鐸)’ 부분) 등은 농부가 늘 땅의 숨소리, 말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하다. 또한, 시가 운문이라고 해서 말의 질서를 함부로 해서는 안됨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시인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좋은 시로 만날 것을 기대한다.
----------------------------------------학생18세
[정여진]
비꼬인 재치를 자유자재로 굴리는 능력 있어
정여진 님의 <좌판의 여자><인도에 내리는 눈> <해저 사십 미터>이 세 편의 시는 젊은이답게 발상이 독특하고, 심원한 시적 상상력이 있어 신인상 당선작으로 기꺼히 추천한다.
‘여전히 새하얀 가슴팍을 내놓고/가방 속에 처박힌 여자가 그 매끈한 다리를 쳐다본다./곧 떨이로 팔린 뒤 자신처럼 처박힐 자신의 다리를.’ (‘좌판의 여자’ 부분) 이 시를 읽으면 나 또한 삶을 송두리째 던지고 싶다.
‘뭐든 그대가 살다 온 나라보단 덜 매울 거라 말해 주었더니/비파샤는 또 몸을 구부리고 앉아/고춧가루가 나와야할 구멍에/나이테 깊은 손을 뻗어 벅벅 긁어내었다.’ (‘인도에 내리는 눈’ 부분)은 비꼬인 재치가 알차고, 비꼬인 재치를 자유자재로 굴리는 시인의 능력도 보인다.
‘그날 저녁/그 사내는 온 몸이 씹다 버린 껌처럼/딱딱하게 굳어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참 오랜 수영이었다.’ (‘해저 사십 미터’ 부분) 등은 발상도 시적이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남 다르므로 추상에서 벗어난 견고한 작품을 생산한다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시가 스스로 찾아올 때까지 열정을 다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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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목]
평범한 소재로 감흥을 주는 작품
주영목 님의 <커피, 그리고 가을> 外 두 편의 시는 시를 읽고 난 후의 뒷맛이 아름답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게 보아 자아적 시인에서 사회적 시인의 징검다리라 할 등단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기다림의 긴 시간이/컵 속에 녹아들고/사랑도 미움도 질투도/시간 속에 알알이 박혀 들고’ (‘커피, 그리고 가을’ 부분)에서는 평범한 소재에 작품 전개 또한 평범한 듯 하나 심도있게 감상해 보면 사랑을 시에 담았다.
‘여름의 흔적을 없애고 싶어/구석구석 쓸고 다니는 바람!/열린 주머니로 꽃잎이 흘러내리는 거’ (‘가을抒情’ 부분)는 감성의 시야가 넓고 서정의 힘도 만만치 않아 시로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준다.
‘당신이 흘리는 환희의 눈물이 땅에 떨어져 색색의 꽃을 피워 이 날을 장식하게 하십시오.’ (‘에필로그- 봄 봄 봄 보고 싶은 것’ 부분) 등은 불필요한 비약으로 시적 통일에 조화가 미흡하지만 소재가 흔히 빠지기 쉬운 파장을 잘 극복하였다. 시인으로서 초심을 버리지 말고 늘 정진할 것을 당부하며, 신인상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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