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서미숙
주렁주렁 사과가 달린 과수원
땀방울 송골송골 맺혀가며
뛰어 놀던 유년시절
"무엇이 저리도 좋을꼬"
불그스레 익은 내 볼이
잘 익은 만생 종 같다고,
"사과나무 가지에 매달렸나"
"사과처럼 여물었네" 놀리시던 고향 어르신네.
그 살풋한 기억들
정겨운 고향 땅, 황토 밭의 토심은
내 삶을 지탱하는 자양분이 되었고
조심조심 사과나무 돌보듯
따스했던 부모님의 손길
이제 사 알듯한데
지금은 멀리 떠나와
보고픔으로 잔뜩 가라앉은
텅 빈 사유
무릎 끝 통증이 되어 시려온다.
이국 만리 남국의 땅
저녁 해를 안고 오는 노을로
곱게 물들 때면
풍경소리 그윽하게 들리던
수덕사의 단풍만큼이나
나 홀로 붉게 익어가는 가슴
창 밖 무심히 서 있는 야자나무엔
빛 바랜 세월들이 매달려 있고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그리움으로 물든 가지에 앉아
허공만 쪼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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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라 잘 익어 가슴 뛰는 사과나무 과수원길, 그윽하여라 수덕사 풍경소리,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든 땅 따스한 부모님 손길, 이 시는 생명의 원천이기에 평생 나를 지켜보는 고향의 시어와 서정적 정감이 풍요롭다. 이국 만리 남국의 땅에서 유년시절의 고향을 그리는 시인의 깊은 마음과 아련함은 고요와 평온으로 충만하여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위안을 준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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