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나무는 각도를 잰다 / 황경순

시인 최주식 2011. 1. 16. 14:53

나무는 각도를 잰다 / 황경순

 

나무들은 저마다 각도를 잰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향해 뛰쳐 나오려고

땅속에서 저절로 배운다

 

은행나무 가지는 60도,

층층나무는 90도로 뻗고

뿌리 뻗기 60도, 잎 내밀기 120도,

봄날 햇볕 쪼일 각도 다르고,

한여름 땡볕 가릴 각도 다르다

 

오차는 없다 다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의 범위라는 것,

휘어지고 버팅기고 더러 살아남기도 하지만

새로운 각도를 벌여야 한다

 

계산에 서투른 나무들은 끝장이다

 

우수날,

은행나무 한 그루 되어 눈꽃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남을 각도로

손을 쭉 뻗는다.

 

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2010. 문학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