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각도를 잰다 / 황경순
나무들은 저마다 각도를 잰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향해 뛰쳐 나오려고
땅속에서 저절로 배운다
은행나무 가지는 60도,
층층나무는 90도로 뻗고
뿌리 뻗기 60도, 잎 내밀기 120도,
봄날 햇볕 쪼일 각도 다르고,
한여름 땡볕 가릴 각도 다르다
오차는 없다 다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원의 범위라는 것,
휘어지고 버팅기고 더러 살아남기도 하지만
새로운 각도를 벌여야 한다
계산에 서투른 나무들은 끝장이다
우수날,
은행나무 한 그루 되어 눈꽃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남을 각도로
손을 쭉 뻗는다.
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2010. 문학아카데미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요리대백과 / 권혁웅 (0) | 2011.01.16 |
---|---|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0) | 2011.01.16 |
당신이 떠나간 후에 / 김영찬 (0) | 2011.01.16 |
장닭도 때로는 추억이다 / 김종철 (0) | 2011.01.16 |
푹 / 최서림 (0) | 2011.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