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노래/강정

시인 최주식 2011. 1. 16. 15:37

노래/강정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 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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