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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