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 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다기(茶器) 외 50편 / 마경덕 (0) | 2011.01.16 |
---|---|
산정묘지 1/조정권 (0) | 2011.01.16 |
노래/강정 (0) | 2011.01.16 |
노숙/김사인 (0) | 2011.01.16 |
참 빨랐지 그 양반 / 이정록 (0) | 2011.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