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허상이었음을/석남성
서걱 이는 들판이
한때 푸르렀음을 기억해 내면
두려움인지
불어오는 바람 속으로 들리는 네 목소리는
빗방울이 담겨있다
그대 기억 하나요
밤새 정을 토해버린 뒤
휘청거리는 발걸음을 같이했던 애절한 눈빛
하얗게 지샌 나날만큼
서글픈 쉰 머리카락을
허상 같은 구름
어두워질수록 떠나야함을 알기에
더욱 슬프고
슬픔이 일어 덧나는 기억
감출 길 없어 눈물만 나는데
밤이 되면
비가 쏟고
언젠가는 이 비도 그칠 것이다
시작되는 외로움
아, 밀물처럼
스며드는 빗소리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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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언어는 투박하고 논리도 거창하지 않으나 사랑에 대한 갈망과 현실주의적 정념을 정교하게 담고 있다. 허상같은 구름과 슬픔이 일어 덧나는 시구에서 시인은 사랑을 잠시 내려놓고 있다.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슬픔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둥근 마음, 둥근 삶이어야 한다. 사랑이 영원하다면 처음에는 즐거워할 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하게 판단하고 변함없음에 실망할 것이다.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요,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며, 사람의 심성을 곱게 한다. 아마도 인류 역사를 바꾼 가장 획기적인 말은 사랑일 것이다. 시인이 길어 올린 사랑 한 모금 애잔하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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