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곡예사/안진훈

시인 최주식 2011. 4. 6. 20:53

곡예사/안진훈

 

관객이 없는 공연장에서

섬광처럼 보였던 

한 가락 끈을 놓쳐 버린 나의 기도여!

 

눈빛은 정에 굶주린 늑대와 같아서

꿈을 꾸는듯하였고

장막 안까지 휘도는 야유하는 웃음소리는

휑한 가슴을 관통하여 어둔 벽에 부딪혀 돌아선다

 

붉은 조명 아래 몸짓으로 절규하여도

내 안에 자아만이 꿈틀거릴 뿐

아무도 관심 두는 이 없는데 

 

흔들리는 외줄을 딛고

어둠보다 검은 벽을 더듬으며

있지도 않은 날갯짓으로 

박수처럼 춤을 추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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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이 작품은 시란 생명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생명학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전반적으로 쓸쓸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삶과 그 존재를 들여다보며, 삶을 시로 시를 삶으로 변화 시키려는 견자(見者)의 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도, 늑대, 웃음소리, 벽, 외줄, 박수 같은 허구적 정감의 변화를 실제적 동작 묘사로 전환시켜 시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가 부담없다. 연과 연 사이, 은유와 은유 사이에도 넓은 여백이 배치되어 있어서 시의 공간은 들여다 볼수록 커진다. 새삼 시인의 작품 세계에 접근해 보면 비교적 단순한 시어와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지가 오묘하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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