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김 용현
길은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
저마다 사랑의 향기를 피워서 짝을 찾고
씨를 남기고 새끼를 기르고 자식을 낳고
길은 강물처럼 흐르는 것
목숨마다 천만 갈래로 흩어져
제 이름표 하나씩 달고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는가
길은 구름처럼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것
살아서 꿈틀거리던 것들 모두
얼굴을 들고 왔다가
저녁노을에 물들어
하늘로 하늘로 사라지는가
길은 머리칼 흩날리는 바람 같은 것
보이는 듯 있다가도 이내 숨어 버리고
하얀 눈 속에서 새싹처럼
뾰족이 뾰족이 솟아나는가
길은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
저마다 짝을 찾아 사랑의 향기를 피우고
씨를 남기고 새끼를 기르고 자식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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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시인은 홍진(紅塵)을 벗어나 햇빛 달빛 받으며 인간의 궁극적인 삶과 새로운 서정적 언어 세계를 그려내는 시인이다. 그런 시인에게 <길>은 참으로 유용한 시어임에 틀림없다. 길은 세상을 향한 관문이자 태어남, 행복, 괴로움, 깨달음, 죽음 같은 삶의 근원이다. 어떤 길도 땀과 눈물이 녹아 있지 않으면 희망의 길이 아니다. 길을 물질적으로 해석하면 의미가 반감되지만 시상에서는 온갖 희노애락이 되어 짝을 구하고 자식을 낳는다. 강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흐르지 않는 길을 생각할 수 있을까? 뒤돌아보면 우리는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 왔다. 환히 밝혀주는 꽃길도 있고, 발자국 그대로 남은 눈길도 있으며, 세상사 상처뿐인 길도 있다. 우리 다함께 사랑의 길, 감사의 길, 인생을 넘어서는 영원의 길로 가자. (최주식/시인. 한국서정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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