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죽은 자들의 세계/이재희

시인 최주식 2011. 8. 31. 21:26

죽은 자들의 세계/이재희

 

진실은 

꽃이라 보석이라 이름하며

치장이 될 수 없는  

맑은 영혼이다

  

어설픈 방어보단

그냥 웃음이

약이 될 때가 있다

 

웃음 또한

유효 기간이 지나 가면

결국 잔여물만 남는

세월

  

찢겨진

허접함 사이

오랜 증오 너머로

튕겨지는 파편들

 

나약한 믿음은

자기 기만에 빠지게 되고

바벨론의 유전자

말없이 번성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무덤 앞에서는

우선 순위가 없다

 

매일

높은 곳을 향한 시선

오직 길은 하나

제 길을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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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행마다 정감의 변화를 통해 산봉우리 돌아가는 듯한 긴장으로 장력(張力)을 연출해내고 있다. <어설픈 방어보단/그냥 웃음이/약이 될 때가 있다>에서 느끼는 이 쓸쓸함을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 자기연민인가, 창백한 지적 유희인가. 아니면 자기 연민을 넘어 모든 생명을 안타까이 여기는 강력한 힘인가? 약이 되는 웃음은 삶을 바르게 이끌어 주는 근원인 동시에 생명과 자유를 향한 그리움이 되고 불안한 삶을 잡아주는 희망 아닌가.

<삶과 죽음의 경계/무덤 앞에서는/우선 순위가 없다//매일 /높은 곳을 향한 시선/오직 길은 하나/제 길을 가는 거다>에서 다가오는 경계와 제 길은 또 무엇인가? 밤 하늘의 별처럼 아무런 꾸밈없는 정직하고 단순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밝음과 어둠, 명랑함과 우울함의 경계에 빠지거든 높은 곳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자신을 돌아보라, 은혜를 받으리라. (최주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