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나도 거미/박무웅

시인 최주식 2011. 9. 15. 23:27

나도 거미/박무웅

 

거미는

허공이 바다다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치듯

거미는 허공에 그물을 친다.

 

건물 모퉁이나 벽과 벽 사이

곡예사처럼 꽁무니에 줄을 매달고

슬픔의 지형도를 그린다.

 

나비, 잠자리, 매미.....

길을 잘 못 든 날것들의 울음이

간간이 등고선처럼 흔들린다.

 

비가 뿌리는 거리 아침

가슴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매달고

도시의 이 쪽 저 쪽에 걸쳐

나의 하루가 흔들거린다.

 

지금

내가 쳐 놓은 거미줄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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