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붕새/박무웅
그날,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새벽보다 먼저 하늘을 열고
흰 불꽃으로 날아올랐다
천지사방이 새의 불꽃으로 환해졌다
한 덩어리의 지혜처럼 詩처럼
날아다니는
저 흰 깃털의 불꽃
그날, 내가 본 백목련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며
붕새의 부리가 토해 놓은 詩였다
깃털을 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이다
날지 못하는 것은 生이 아니다
그렇다
날개를 달고도 뒤뚱거리는 현실의 나
지상의 나를 버리고 붕새가 되고 싶었다
그날, 나는 백목련 앞에서
날개를 펴고
흰 깃털로 구만리장천을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었다.
ㅡ2009년 12월 현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