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지상의 붕새/박무웅

시인 최주식 2011. 9. 15. 23:31

지상의 붕새/박무웅

 

그날,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새벽보다 먼저 하늘을 열고

흰 불꽃으로 날아올랐다

천지사방이 새의 불꽃으로 환해졌다

 

한 덩어리의 지혜처럼 詩처럼

날아다니는

저 흰 깃털의 불꽃

 

그날, 내가 본 백목련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며

붕새의 부리가 토해 놓은 詩였다

깃털을 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이다

날지 못하는 것은 生이 아니다

 

그렇다

날개를 달고도 뒤뚱거리는 현실의 나

지상의 나를 버리고 붕새가 되고 싶었다

 

그날, 나는 백목련 앞에서

날개를 펴고

흰 깃털로 구만리장천을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었다.

 

                                               ㅡ2009년 12월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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