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捨石/박무웅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은 두 집을 지어야 산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고단한 대마를 끌고 다녀도
한 집 밖에 남지 않으면 끝이라 하셨다
대마불사에 목을 걸고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오궁도화가 만발하여 보기 좋아도
한순간 낙화하면 끝이라 하셨다
세상에는 버릴 게 없다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사석을 모아 들이며
한 집 한 집 키워 나갔다
길과 길을 만들어 삶을 이어 나갔다
판이 끝날 때마다 모아들이는 사석이
당신이 버린 사석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사석이
바로 나의 묘수였다
ㅡ 2008년 8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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