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사석/박무웅

시인 최주식 2011. 9. 15. 23:29

사석捨石/박무웅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은 두 집을 지어야 산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고단한 대마를 끌고 다녀도

한 집 밖에 남지 않으면 끝이라 하셨다

 

대마불사에 목을 걸고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오궁도화가 만발하여 보기 좋아도

한순간 낙화하면 끝이라 하셨다

 

세상에는 버릴 게 없다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사석을 모아 들이며

한 집 한 집 키워 나갔다

길과 길을 만들어 삶을 이어 나갔다

 

판이 끝날 때마다 모아들이는 사석이

당신이 버린 사석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사석이

바로 나의 묘수였다

 

                                      ㅡ 2008년 8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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